1화 · 창세기 1:1–13

빛이 있으라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아무것도 없는 먹빛 화면. 종이 결만 희미하다.
어둠 속 끝없는 깊은 물의 수면. 물 아래로 형체 없는 땅덩이가 어렴풋하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창 1:2

어두운 수면 위로 한 줄 물결이 길게 스쳐 간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물 위를 맴돈다.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창 1:2

어둠 속 수면 위에 맺혀 떨리는 물방울 하나.

“빛이 있으라”

창 1:3
먹빛 화면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밝은 크림빛이 쏟아져 칸 테두리 밖까지 번진다.

빛이 있었고창 1:3

같은 물방울이 이제 빛을 받아 반짝인다.
화면 위는 크림빛, 아래는 먹. 빛과 어둠의 경계가 부드럽게 흔들린다.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깊은 물. 그 위에 둥근 빛이 떠 있다.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4

하나님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창 1:4–5

기울어진 두 칸이 엇갈려 놓였다. 왼쪽 칸은 빛, 오른쪽 칸은 어둠.
물뿐인 지평선. 해 없이 빛이 흐려졌다가 다시 밝아 온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 1:5

“물 가운데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게 하리라”

창 1:6
수면에서 올려다본 하늘. 물이 위로 들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물기둥이 위로 갈라져 솟구친다.
아래 물이 내려앉으며 큰 물결이 사방으로 퍼진다.
위의 물이 아득한 물결 천장이 되고, 그 아래 바다 사이에 처음으로 청록 하늘이 열렸다.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칭하시니라창 1:8

위의 물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바다에 닿는 순간.
바다와 청록 하늘의 지평선.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 날이니라창 1:8

“천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창 1:9
바위 꼭대기가 처음으로 수면을 뚫고 올라온다.
땅덩이가 솟아오르고 물이 양옆으로 폭포처럼 쏟아진다. 산꼭대기가 칸 위 테두리를 뚫고 나간다.
물이 빠진 갯벌과 언덕. 황토빛 땅이 처음 드러났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드러난 뭍. 강가 언덕 아래 붉은 진흙 한 자리가 조금 더 밝다.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칭하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10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창 1:11
황토 틈에서 첫 싹 하나가 고개를 든다.
풀이 화면 앞으로 번져 온다.
가지에 열매가 맺힌다.
열매에서 씨가 흙 위로 떨어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숲과 들. 지평선까지 온통 초록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온 땅이 초록이다. 그런데 붉은 진흙 한 자리만 아무것도 나지 않고 비어 있고, 빛이 그 위에 조금 더 머문다.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12

진흙 자리 가장자리. 풀이 거기서 딱 멈췄고, 빈 흙 위에 빛 한 조각이 놓여 있다.
바다와 하늘, 초록 언덕의 지평선.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창 1:13

같은 지평선의 밤. 하늘에 별도 달도 없이 깜깜하다. 진흙 자리만 아주 희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