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요나 1:1–3

반대쪽으로 가는 배

검은 폭풍 속, 집채만 한 파도에 작은 배가 부서질 듯 기울어 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른다.
폭풍에 기운 배 밑층. 어둠 속에서 묶어 둔 항아리가 풀려 바닥을 굴러간다.
배 밑층 천장 판자 틈에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려 한다.
흔들리는 배 밑층, 짐 사이에서 깊이 잠든 요나의 얼굴. 낡은 담요 모서리가 어깨에 걸쳐 있고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하늘 높이에서 내려다본 붉은 밤의 니느웨. 거대한 성벽이 화면을 채우고, 성 위로 연기가 오르고, 사람들은 개미처럼 작다.

앗수르의 큰 성읍, 니느웨.

동트기 전 푸르스름한 어둠. 언덕 위 작은 흙집 하나, 창에 등잔 불빛 한 점만 켜져 있다.

여호와의 말씀이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임하니라욘 1:1

새벽, 흙집 안. 무릎 꿇고 기도하던 요나가 번쩍 눈을 뜬다(옆얼굴).
바람도 없는데 등잔 불꽃이 크게 흔들린다.

“너는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것을 쳐서 외치라 그 악독이 내 앞에 상달하였음이니라”

욘 1:2
위에서 내려다본 방 안. 말씀 앞에서 요나가 놀라 뒤로 주저앉는다.
주저앉은 요나의 손이 흙바닥을 짚는다. 손가락이 떨린다.
흐린 등잔 너머로 보이는 요나의 얼굴. 원수의 도시 이름을 듣고 겁에 질려 굳는다.

요나: 니느웨…? 우리 원수의 도시를요…?

주홍 단색의 기억. 고향 마을 문간에 앉은 노인이 동쪽 길만 바라보고 있고, 어린 요나가 그 곁에 서 있다.

노인: 앗수르 왕에게 바칠 짐을 지고 간 우리 아들은…

노인: 아직도 안 돌아왔어.

주홍 단색의 기억. 소문으로 듣던 니느웨 — 사슬에 묶인 포로들이 끌려가는 실루엣.

소문으로만 듣던 그 도시.

회상에서 돌아온 요나. 등잔 불빛 아래 눈을 질끈 감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다.

요나: …못 가. 가면 잡혀 죽어.

같은 언덕 위 흙집, 이제 밤이다. 달이 뜨고, 창에는 여전히 등잔 불빛 한 점.
밤, 망토와 동전 주머니를 급히 싸는 요나의 손.
문 밖에서 좁은 문틈으로 본 요나. 누가 보는지 뒤를 돌아본다.

요나(속마음): …아무도 모르게.

달빛 골목. 담 그림자 사이를 서둘러 걷는 요나의 샌들 발.
달빛 아래 갈림길을 위에서 본 지도 같은 그림. 동쪽 니느웨 길은 어둠에 잠기고, 서쪽 바다 길에만 달빛이 비친다. 작은 요나가 서쪽으로 간다.

그러나 요나가 여호와의 낯을 피하려고 일어나 다시스로 도망하려 하여 욥바로 내려갔더니욘 1:3

달빛 언덕 위, 요나의 어깨 너머로 저 아래 서쪽 바다가 처음 보인다. 요나가 숨을 고른다.
아침의 욥바 항구. 목판화 파도 위로 돛배들이 늘어서고 갈매기가 난다. 부두에 작은 요나가 서 있다.
요나의 어깨 너머로 올려다본, 부두에 댄 큰 다시스행 배. 붉은 돛은 아직 접혀 있다.
큰 덩치에 흰 콧수염의 선장이 호탕하게 웃는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구도.

선장: 다시스? 세상 끝까지 가는 배요!

배 위에서 짐을 나르며 웃고 떠드는 선원 셋 — 대머리 선원, 붉은 머릿수건 선원, 흰 옷 젊은 선원.
요나가 뱃삯 주머니를 통째로 내밀고, 그 어깨 너머로 선장이 주머니 무게에 놀란다.

선장: 이렇게나? …좋소, 타시오!

배와 부두를 잇는 건널판을 밟는 요나의 샌들 발. 뒤로 육지가 보인다.
밧줄을 멘 견습 선원 소년의 어깨 너머로 올려다본 낯선 아저씨. 큰 키에 붉은 망토.
견습 선원 소년의 얼굴. 낯선 아저씨를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본다.
갑판. 소년이 다가와 말을 걸고, 요나는 하나님 얘기에 시선을 피한다.

소년: 아저씨는 신께 안 빌어요? 배 타기 전엔 다들 비는데.

요나의 옆얼굴. 소년의 물음에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피한다. 뒤로 육지가 멀어진다.

요나: …묻지 마라.

붉은 사각 돛이 바람을 받아 크게 부푼다.
맑은 바다 위, 붉은 돛을 활짝 편 배가 서쪽으로 나아간다. 욥바 해안이 뒤로 작아진다.
배 밑층 바닥에서 올려다본 계단. 요나가 어둠 속으로 내려오고, 위쪽 밝은 해치에 소년의 실루엣이 서 있다.

소년: 거긴… 깜깜한데.

갑판 해치 옆. 소년이 청록·빨강·크림 줄무늬의 낡은 담요를 품에 안고 해치 아래 어둠을 내려다본다.
배 밑층의 어둠 속, 짐 자루 사이에 누운 요나. 긴 한숨을 쉬고 눈을 감는 사이, 소년의 작은 손이 낡은 담요를 살며시 덮어 준다.

요나(속마음): 이제… 멀리 왔다.

어둠 속, 담요 밖으로 나온 요나의 손. 꽉 쥐었던 주먹이 잠들며 스르르 풀린다.
맑던 수평선 끝에서 검은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몰려온다.
갑판에서 밧줄을 감던 선원 셋이 일손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갑판의 소년이 돛대를 붙잡고 검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첫 빗방울이 떨어지고, 소년 위로 거대한 파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소년: 선장님… 저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