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요나 4:7–11

박넝쿨 한 그루

새벽, 초록 박넝쿨 줄기에 붙은 작은 벌레가 줄기를 씹어 들어간다.

하나님이 벌레를 준비하사 이튿날 새벽에 그 박 넝쿨을 씹게 하시매 곧 시드니라욘 4:7

차가운 새벽빛 속, 넝쿨 그늘 아래 담요를 덮고 깊이 잠든 요나의 얼굴.
씹힌 줄기 위의 넓은 잎 하나가 힘없이 축 처진다. 초록 가장자리에 갈색이 번지기 시작한다.
어제 그늘을 드리우던 박넝쿨 잎들이 모두 갈색으로 말라 오그라들었다.
얼굴에 떨어진 마른 잎과 새벽 찬바람에 요나가 눈을 찡그리며 깬다.

요나: …그늘이?

위를 올려다보는 요나의 눈이 커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넝쿨 천장. 갈색으로 말린 잎 사이로 구멍이 뚫리고, 그 사이로 새벽 청록 하늘이 보인다.
요나의 손이 마른 잎을 쥐자 잎이 바스러져 손가락 사이로 부서져 내린다.
마른 넝쿨을 올려다보며 요나가 울부짖듯 외친다.

요나: 안 돼… 안 돼!

무릎을 꿇은 요나가 말라 버린 넝쿨 줄기를 두 팔로 끌어안는다.
해 뜨기 직전, 지평선 끝이 주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른 넝쿨 곁에 웅크린 요나의 등이 작게 보인다.
지평선 위로 주홍 해가 솟고, 뜨거운 동풍이 굵은 선들이 되어 사막을 가로질러 몰아친다.

해가 뜰 때에 하나님이 뜨거운 동풍을 준비하셨고 해는 요나의 머리에 쬐매욘 4:8

뜨거운 동풍이 요나의 얼굴을 때린다. 머리카락과 담요 끝이 뒤로 날리고 요나는 눈을 가늘게 뜬다.
말라 버린 넝쿨 줄기가 바람에 꺾여 땅으로 쓰러진다.
쓰러진 줄기 쪽으로 요나가 손을 뻗지만, 줄기는 바람에 굴러 손끝에서 멀어진다.
거센 바람에 초막을 덮었던 나뭇가지들이 뜯겨 날아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 지붕이 날아가 뼈대만 남은 초막 사이로 해가 내리꽂히자,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요나의 어깨에서 낡은 줄무늬 담요가 벗겨져 바람에 들려 올라간다. 바람에 넘어진 요나가 몸을 틀어 담요를 향해 손을 뻗는다.
바람에 날아가려는 낡은 담요 모서리를 요나의 손이 꽉 붙잡는다.
지붕 없는 초막 터, 요나가 붙잡은 담요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무릎을 꿇은 채 웅크린다.
힘이 다한 요나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 모래 위로 쓰러진다.
모래 위에 쓰러진 요나가 혼곤하여 겨우 입술을 움직인다.

요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으니이다

바람에 굴러온 마른 넝쿨 잎 하나가 쓰러진 요나의 다른 손 곁에 멈추고, 손가락이 그 잎을 천천히 감싼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하늘. 이글거리는 해가 쓰러진 요나의 머리 바로 위에 떠 있다.
그늘 없는 초막 터. 앙상한 가지 그림자만 땅에 떨어져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네가 이 박 넝쿨로 인하여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

욘 4:9
옆에서 본 쓰러진 요나. 땀에 젖어 눈이 풀려 있고, 그 위에 하나님의 말씀이 작게 놓인다.
요나의 감은 눈 아주 가까이. 질문을 들은 눈꺼풀이 움찔한다.
모래 위에 놓인 요나의 손. 시든 잎을 쥔 손가락이 아주 조금 풀린다.
눈을 감은 채 요나가 대답한다.

요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합당하니이다

뒤에서 본 쓰러진 요나. 돌아누우려고 어깨를 틀다가 힘이 없어 그대로 멈춘다.
요나가 시든 잎 한 장을 꼭 쥐고 있다.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욘 4:10
펼친 손바닥 위에 시든 잎 하나.
성 동편 메마른 땅. 무너진 초막과 꺾인 넝쿨 곁에 쓰러진 요나가 작게 보이고, 멀리 니느웨는 그대로 서 있다.
요나의 눈이 천천히 뜨인다. 시선이 성 쪽을 향한다.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욘 4:11
요나의 어깨 너머로 본 니느웨 성문과 성벽. 성벽 위에 아이들과 짐승들, 염소를 안은 소녀, 그리고 저울을 속이던 상인과 요나를 둘러쌌던 거대한 사내가 함께 서 있다.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욘 4:11
성벽 위를 더 가까이. 아이들 사이에 염소를 안은 소녀가 있고, 바로 곁에 저울을 든 상인과 옷깃이 찢어진 거대한 사내가 섞여 서 있다.

“육축도 많이 있나니”

욘 4:11
성문 앞의 짐승들. 굵은 베 조각을 걸친 소와 양과 나귀가 나란히 서 있다.
세로로 긴 한 장에 겹쳐진 세 장면. 위에는 한순간 잔잔해진 바다와 뱃전의 소년 실루엣, 가운데는 모래를 쥔 요나의 손, 아래는 먹구름이 걷힌 아침의 니느웨.
요나의 얼굴. 눈물도 분노도 없는, 읽을 수 없는 표정. 손에 쥔 시든 잎만 아주 조금 떨린다.
세로로 긴 한 장. 위는 1화와 같이 하늘 높이에서 내려다본 니느웨, 처음으로 크림 빛이 위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빛은 아래로 흘러 내려와, 아래 끝에서 담요를 두르고 시든 잎을 쥔 요나의 손과 염소를 안은 소녀를 같은 빛 안에 크게 담는다.

“…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욘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