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요나 4:1–6

화난 선지자

요나가 심히 싫어하고 노하여욘 4:1

물고기 배 속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던 그때와 같은 자세. 그러나 이번엔 모은 손 대신 떨리는 주먹이 쥐어져 있다.
한낮, 성 밖 언덕 위에 선 작은 요나. 언덕 아래 평원 너머로 연기 하나 없이 고요한 니느웨가 보인다.
요나의 입가와 턱 아주 가까이. 앙다문 이, 불거진 턱 근육, 관자놀이에 선 핏대 — 터지기 직전의 분노.
한낮의 주홍 하늘 아래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요나: 여호와여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요나: 이러하겠다고 말씀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요나의 눈 아주 가까이. 부릅뜬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주홍 해가 비친다.
회상. 1화의 그날 새벽, 등잔빛 아래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쥔다. 그때 삼켰던 속말이 이제야 들린다.

요나: …못 가. 가면 잡혀 죽어.

요나(속마음): …저들이 회개하고 사는 꼴을 어떻게 봐.

다시 한낮의 언덕. 회상에서 돌아온 요나가 발밑의 돌을 걷어찬다.
돌을 걷어찬 요나가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따진다. 도망쳤던 이유를 이제야 하나님 앞에 쏟아 놓는다.

요나: 그러므로 내가 빨리 다시스로 도망하였사오니

요나의 얼굴 클로즈업. 하나님의 자비를 늘어놓는 말과 달리, 얼굴은 비꼬듯 일그러져 있다.

요나: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요나의 입가와 눈 아주 가까이. 이를 드러낸 채 하나님의 성품을 비꼬듯 하나씩 늘어놓는다.

요나: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언덕 아래 멀쩡한 니느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늘에 대든다.

요나: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힌 요나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핏대가 선 목, 울분에 찬 외침.

요나: 내가 알았음이니이다

힘이 빠진 요나의 무릎이 꺾이며 언덕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흙먼지가 인다.
한 장에 세 칸. 위 칸: 텅 빈 언덕과 멀리 평화로운 니느웨 — 아무도 요나를 보지 않는다. 겹친 작은 칸: 흙을 움켜쥔 요나의 손. 아래 큰 칸: 주저앉은 요나의 얼굴, 바다에 던지라던 그날과 같은 얼굴이고, 머리가 칸 선을 뚫고 위로 솟는다.
주저앉은 요나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눈을 내리깐 채 하나님께 생명을 거둬 달라고 말한다.

요나: 여호와여 원컨대 이제 내 생명을 취하소서

요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음이니이다

멀리서 본 언덕. 주저앉은 요나가 작게 웅크려 있고, 뜨거운 바람만 마른 풀을 쓸고 지나간다. 아무 대답도 없다.

“너의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

욘 4:4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하늘. 그 하늘에서 작게 질문이 들려온다.
요나의 옆얼굴. 질문을 들은 듯 눈만 하늘 쪽으로 움직이지만, 입은 꾹 다문다.

요나: …

흙 위에 놓인 요나의 손. 물음을 들은 손이 펴지지 않고 흙을 더 세게 움켜쥔다.
같은 언덕. 요나가 대답 없이 팔짱을 끼고 하늘을 등지고 돌아앉는다.
뒤에서 본 요나가 언덕에서 일어나 동쪽 비탈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성 동편 메마른 땅. 요나가 성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를 골라 털썩 앉는다. 멀리 니느웨가 작게 보인다.

요나(속마음): …여기라면 다 보이겠지.

성 동편의 메마른 땅. 요나의 손이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은다.
땀에 젖은 요나가 엮은 가지 지붕을 머리 위로 들어 기둥 위에 얹는다.
성 동편 메마른 땅에 엉성한 초막 하나가 서 있다. 멀리 평화로운 니느웨 성이 보인다.

요나가 성에서 나가서 그 성 동편에 앉되 거기서 자기를 위하여 초막을 짓고 그 그늘 아래 앉아서 성읍이 어떻게 되는 것을 보려 하니라욘 4:5

엉성한 초막 틈으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요나가 낡은 담요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앉아 있다.
지붕 틈 햇살 줄무늬 속, 요나의 턱끝에서 땀 한 방울이 갈라진 흙으로 떨어진다.
담요 그늘 아래 요나의 눈 클로즈업. 멀리 성을 노려본다.

요나(속마음): 사십 일… 기다려 주마.

요나의 눈으로 본 니느웨. 아지랑이 너머 성은 아무 일 없이 고요하다.
머리에 뒤집어쓴 낡은 담요 끝을 요나의 손이 꽉 쥐고 있다. 청록·빨강·크림 줄무늬와 술이 볕에 바래 있다.
성문 그늘. 성문 밖으로 조금 나온 소녀가 새끼 염소를 데리고 멀리 초막 쪽을 바라본다.

소녀: …저 아저씨.

소녀의 작은 손이 초막 쪽으로 흔들려다 반쯤 올라간 채 멈춘다. 발치에서 새끼 염소가 운다.
담요를 두른 요나의 어깨 너머로 본 니느웨 성문. 기우는 해 아래 아주 작게, 염소를 데린 소녀가 이쪽을 보고 서 있다.
해 질 녘, 요나가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초막 안, 요나가 담요를 덮고 성을 등진 채 돌아눕는다.
해 질 녘 그늘 속, 요나의 감은 눈.
밤, 먹빛 들판에 초막 하나. 그 안에 잠든 요나가 작게 보이고, 멀리 니느웨에는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켜져 있다.
밤, 갈라진 흙 틈을 밀고 작은 초록 싹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바로 옆에 잠든 요나의 담요 술이 늘어져 있다.
밤, 잠든 초막 옆 땅을 뚫고 박넝쿨이 솟아올라 초록 잎을 펼친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박 넝쿨을 준비하사 요나 위에 가리우게 하셨으니 …욘 4:6

밤, 박넝쿨의 덩굴손이 초막 기둥을 감으며 지붕 위로 타고 오른다.
잠든 요나의 얼굴 위로 넓은 초록 잎이 펼쳐져 달빛을 가리고 그늘을 드리운다.
주홍빛 아침. 무성한 초록 넝쿨 그늘 아래에서 요나가 깨어난다.
막 깨어난 요나의 눈 아주 가까이. 눈동자에 겹친 초록 잎과 그 사이로 새는 주홍 아침이 비친다.
요나의 얼굴 클로즈업. 이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웃는다.

요나: …시원하다.

누운 요나가 올려다본 넝쿨 지붕. 겹친 초록 잎 사이로 주홍 해가 가려져 있다.
요나의 손이 넓은 초록 넝쿨 잎을 아끼듯 쓰다듬는다.
한낮, 황토빛 메마른 땅 한가운데 초록 그늘 한 점. 넝쿨 덮인 초막 아래 요나가 편히 누워 있다.

… 요나가 박 넝쿨을 인하여 심히 기뻐하였더니욘 4:6

넝쿨 그늘 아래 팔베개를 하고 누운 요나가 눈을 감은 채 편안히 미소 짓는다. 담요는 곁에 개어 두었다.
밤, 커다란 달 아래 넝쿨에 덮인 초막 하나. 그 그늘 속에서 요나가 담요를 덮고 편히 잠들어 있다. 사방이 고요하다.
커다란 달을 등지고, 넝쿨 줄기를 기어오르는 벌레 한 마리의 검은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