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요나 3:5–10

베옷 입은 도시

요나에게 달려들 것 같던 사내의 손이 요나가 아니라 자기 옷깃을 움켜쥐고 찢는다.
질끈 감았던 요나의 한쪽 눈이 천천히 뜨인다. 내려올 줄 알았던 손은 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려 치켜들었던 요나의 팔이 허공에서 멈춰 있다. 팔에 걸친 줄무늬 담요 자락만 흔들린다.
광장의 웅성거림이 뚝 그쳤다. 둘러선 사람들이 움직이다 만 채 굳어 한곳을 바라본다.
찢어진 옷깃 그대로 사내가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사내: …저 사람의 하나님이 우리를 보고 계셨어.

요나의 입술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벌어졌다가 굳게 다물린다.
찢어진 옷깃의 사내가 광장 흙바닥에 이마를 댄다. 땅을 짚은 커다란 두 손이 떨린다.
정오의 광장, 우물 돌단 둘레의 사람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는다. 서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무릎 꿇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옆 사람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인다.

니느웨 사람: …사십 일이래.

한 장에 기울어진 두 칸. 왼쪽 위 칸: 커진 요나의 눈. 오른쪽 아래 칸: 흙바닥에서 뒤로 물러서는 요나의 발. "주춤" 글자가 두 칸을 가로지른다.
정오의 광장,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은 가운데 우물 돌단 앞에 요나 혼자만 서 있다.
눈높이에서 멀리 본 니느웨. 지붕에서 지붕으로 사람들이 소리쳐 소식이 번져 나가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베옷을 걸친다.

니느웨 백성이 하나님을 믿고 금식을 선포하고 무론 대소하고 굵은 베를 입은지라욘 3:5

빵집 화덕의 불 위로 물 한 바가지가 쏟아지고 김이 피어오른다. 옆에는 굽다 만 반죽.
시장 한복판, 사람들이 화려한 비단옷을 벗어 던지고 거친 베옷을 입는다.
5화에서 저울을 속이던 그 상인이 저울추를 바로 놓고, 빼앗았던 돈 주머니를 손님에게 돌려준다.
시장 골목 그늘에 선 요나가 지나가는 베옷 행렬을 바라보며 낡은 담요를 꽉 움켜쥔다.
눈높이에서 본 니느웨 왕궁. 날개 달린 황소 석상이 지키는 넓은 계단을 신하 한 사람이 뛰어오른다.
알현실. 바닥에 엎드린 신하가 보좌에 앉은 왕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아뢴다.

신하: 히브리 사람이 외쳤습니다. 사십 일이 지나면

신하: 니느웨가 무너지리라—

보좌 팔걸이를 쥔 왕의 손. 반지 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왕관 그늘 아래 왕의 두 눈. 신하의 말이 끝나자 눈길이 창 너머 성 쪽으로 천천히 옮겨 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왕. 보좌에서 일어나 화려한 조복을 벗어 내린다.

… 왕이 보좌에서 일어나 조복을 벗고 굵은 베를 입고 재에 앉으니라욘 3:6

왕의 손이 거친 회갈색 베옷을 어깨 위로 끌어올린다. 발밑에 붉은 조복이 흘러내려 있다.
돌바닥에 내려놓인 왕관.
창빛이 비스듬히 드는 알현실, 굵은 베옷을 입은 왕이 재 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창빛이 비스듬히 드는 빈 보좌, 곁에 작은 등불. 사자 머리 팔걸이에 벗어 둔 붉은 조복이 걸쳐 있다.

왕이 그 대신으로 더불어 조서를 내려 니느웨에 선포하여 가로되욘 3:7

창빛이 드는 알현실 한쪽, 대신들이 등불 곁에 둘러앉아 서둘러 조서를 쓴다.
베옷 소매의 손이 완성된 조서 끝에 왕의 인장을 꾹 누른다.
성벽 아래 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위를 올려다본다. 그 사이에 새끼 염소를 안은 소녀도 있다.

전령: 사람이나 짐승이나 소떼나 양떼나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말지니

전령: 곧 먹지도 말 것이요 물도 마시지 말 것이며

아래에서 올려다본 성벽 위. 전령이 조서를 펼쳐 들고 온 성을 향해 외친다.

전령: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다 굵은 베를 입을 것이요

전령: 힘써 여호와께 부르짖을 것이며 각기 악한 길과

전령: 손으로 행한 강포에서 떠날 것이라

조서를 듣던 군중 속 누군가의 손에서 단검이 흙바닥으로 떨어진다.
군중 뒤에 선 요나의 어깨 너머로 성벽이 보인다. 위에서는 전령이 조서를 외치고, 그 아래 벽에는 사슬에 묶인 포로 행렬 부조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성벽 부조를 가까이. 돌에 새긴 사슬과 묶인 포로들의 손. 멀리서 전령의 외침이 되풀이된다.

전령: …손으로 행한 강포에서 떠날 것이라

우리 안의 소와 양들이 거친 베를 덮어쓰고 서 있다. 여물통은 비어 있다.
소녀의 작은 손이 새끼 염소에게 작은 베옷을 입혀 준다.
베옷을 입은 염소가 울고, 그 모습에 웃던 소녀가 점점 울음을 터뜨린다.
소녀가 염소를 꼭 끌어안고 땅에 엎드려 작게 기도한다.

소녀: 니느웨를… 우리 염소를… 살려 주세요.

해 질 녘 니느웨의 거리. 굴뚝마다 연기 한 줄 없고, 문간마다 베옷 입은 사람들이 말없이 앉아 있다.
밤, 왕궁 테라스. 재 위에 앉은 베옷의 왕 옆모습 너머로 불이 모두 꺼진 성이 펼쳐진다. 왕 곁에 작은 등잔 하나.
밤, 등잔이 아래서 비추는 왕의 얼굴 클로즈업. 2화의 선장처럼 간절한 얼굴로 조용히 말한다.

왕: 하나님이 혹시 뜻을 돌이키시고 그 진노를 그치사

왕: 우리로 멸망치 않게 하시리라

등잔 불빛 아래, 재 묻은 왕의 두 손이 모인다. 반지 하나 없는 맨손가락. 왕의 말이 낮게 이어진다.

왕: 그렇지 않을 줄을 누가 알겠느냐

왕궁 테라스에서 본, 불이 모두 꺼진 밤의 니느웨. 지붕마다 사람들이 엎드려 있다.
불 꺼진 지붕 위, 엎드린 사람들의 등. 흙지붕에 이마를 댄 채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성 사람들: 여호와여…

성 밖 언덕의 어둠 속, 요나의 실루엣이 홀로 멀리 불 꺼진 성을 지켜본다.
어둠 속 요나의 옆얼굴. 담요를 머리 위까지 끌어 쓴 채, 불 꺼진 성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밤이 끝나 간다. 먹구름에 덮인 니느웨 성벽 실루엣, 지평선은 아직 먹빛 그대로다.
아침, 니느웨 위를 덮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주홍빛 아침 햇살이 성 위로 풀려 내린다.

하나님이 그들의 행한 것 곧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난 것을 감찰하시고 뜻을 돌이키사 그들에게 내리리라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니라욘 3:10

아침, 왕궁 테라스. 재 위에 엎드린 베옷의 왕의 등에 주홍 아침빛이 닿는다. 곁의 등잔은 밤새 타서 꺼져 있다.
아침, 성 안 골목.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소리 없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찢어진 옷깃 그대로인 거대한 사내가 고개를 들어 아침 햇살 속의 성벽을 본다. 눈가가 젖어 있다.

사내: …아침이… 또 왔어.

성 밖 언덕, 아침 햇살을 받은 요나의 옆얼굴. 얼굴 반은 주홍 빛, 반은 그늘. 엎드려 회개한 성을 보는 눈이 가늘어진다.
고요한 아침의 성을 등지고 이쪽으로 돌아선 요나. 아침 역광에 얼굴은 그늘에 묻힌 실루엣이고, 뒤로 멀리 성이 보인다. 혼잣말이 새어 나온다.

요나: …결국 용서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