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요나 3:2–4

두 번째 말씀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내가 네게 명한 바를 그들에게 선포하라”

욘 3:2
아침 해변에 누운 요나가 번쩍 눈을 뜬다(옆얼굴). 1화에서 기도하다 눈뜨던 얼굴과 같은 모습이다.
텅 빈 아침 해변. 젖은 요나가 모래 위에서 무릎으로 몸을 일으킨다. 바다는 잔잔하다.
무릎을 꿇은 요나가 젖은 얼굴을 들어 빈 아침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카락에서 바닷물이 떨어진다.
요나의 어깨 너머로 서쪽 바다가 펼쳐진다. 1화에 도망쳤던 그 바다를 바라보며 망설인다.

요나(속마음): 다시스는… 저쪽인데.

요나의 두 발 위로 물결이 밀려왔다가 서쪽 바다 쪽으로 쓸려 나간다.
서쪽 바다를 보던 요나가 눈을 질끈 감는다.
요나의 손이 마른 담요를 집어 어깨에 두른다.
모래에 앉은 요나의 두 발이 물에서 거두어져 천천히 돌려진다. 발끝이 바다를 등지고 동쪽을 향한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담요를 두르고 일어선다. 몸은 동쪽, 니느웨 쪽을 향한다.

요나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일어나서 니느웨로 가니라욘 3:3

주홍빛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황토 길이 뻗어 있고, 그 위를 작은 요나가 걸어간다.
먼지 이는 황토 길을 딛는 요나의 발. 담요 술이 걸음마다 흔들린다.
한낮, 머리 위의 해가 이글거리고 길 위로 아지랑이가 오른다. 작은 요나가 이마의 땀을 훔친다.
한낮, 바위 그늘에 앉아 쉬는 요나가 떨리는 자기 손을 내려다본다.

요나: 가면… 잡혀 죽겠지.

언덕을 넘은 요나의 뒷모습 너머로 니느웨 성벽이 지평선을 가득 채우며 끝없이 뻗어 있다.
요나가 걸음을 멈추고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황토 길 끝, 서쪽 하늘이 아득하다.
이튿날 아침, 아래에서 올려다본 거대한 니느웨 성문. 양옆에 날개 달린 황소 석상이 서 있고, 그 앞의 요나는 개미만 하다.

… 니느웨는 극히 큰 성읍이므로 삼 일 길이라욘 3:3

성문 그늘의 경계. 햇빛 속에 있던 요나의 발 하나가 성문 그림자 안으로 들어선다.
성문 벽에 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포로 행렬이 새겨져 있고, 요나가 그 앞에 서 있다.
부조의 한 부분. 등에 짐을 지고 고개 숙여 끌려가는 사람이 새겨져 있고, 요나의 손끝이 그 돌 얼굴에 닿는다.
주홍 단색의 기억. 1화의 그 고향 노인이 마을 문간에 앉아 동쪽 길만 바라본다.

노인: …아직도 안 돌아왔어.

부조의 돌 얼굴에서 요나의 손끝이 떨어진다. 손가락이 천천히 오므려진다.
부조를 바라보는 요나의 눈이 굳어 있다.

요나(속마음): …소문이… 사실이었어.

성문 안.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 흙벽돌 집과 탑이 겹겹이 이어지고 사람과 수레로 가득하다. 그 앞에 담요를 두른 요나의 작은 뒷모습.
시장. 상인이 손님 몰래 저울추를 슬쩍 바꿔 놓는다.
시장 상인들이 꾀죄죄한 차림의 낯선 요나를 손가락질하며 비웃는다.

상인: 이 거지꼴은 또 뭐야?

비웃음 속에서 요나가 눈을 내리깔고 턱에 힘을 준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다.
담요 끝을 꽉 쥔 요나의 손이 떨린다.
사람들 다리와 바구니 사이로 하얀 새끼 염소가 뛰어 지나간다. 화면 밖에서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소녀: 거기 서—!

새끼 염소가 요나 발 앞으로 뛰어들고, 뒤쫓아 오던 어린 소녀가 멈춰 선다. 요나와 소녀의 눈이 마주친다.

소녀: …미, 미안해요.

소녀가 요나의 어깨에 걸친 낡은 줄무늬 담요를 신기한 듯 올려다본다.
요나가 소녀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말없이 지나친다.

요나: …

정오, 광장 돌바닥 위로 요나의 그림자가 발밑에 짧게 떨어진다. 앞에 우물 돌단 모서리가 보인다.

요나가 그 성에 들어가며 곧 하룻길을 행하며 외쳐 가로되욘 3:4

정오의 광장.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우물 돌단 위에 올라선다.
돌단 위 요나의 어깨 너머로 정오의 광장이 펼쳐진다. 물을 긷고 흥정하고 수레를 끄는 사람들 — 아무도 그를 보지 않는다.
요나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쉰다.
감았던 요나의 눈이 뜨인다. 떨림 없이 차갑다.
담요 끝을 쥐고 있던 요나의 손이 풀린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요나가 광장을 향해 외친다. 얼굴은 차갑고 안타까움이 없다.

요나: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지리라

과일 바구니가 여인의 손에서 미끄러져 석류가 돌바닥에 쏟아진다.
외침이 지나간 정오의 하늘. 흙벽돌 지붕 끝 위로 해만 떠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광장이 고요해진다. 오가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 서서 요나 쪽을 본다.
한 장에 기울어진 두 칸. 위 칸: 저울추를 든 채 하얗게 질려 굳어 버린 상인의 얼굴 — 그의 머리가 칸 선 밖으로 솟는다. 아래로 엇갈린 칸: 겁에 질려 새끼 염소를 꼭 끌어안는 어린 소녀.

소녀: …무너진대.

요나의 눈 클로즈업. 눈동자에 겁에 질려 굳은 광장의 얼굴들이 작게 비친다.
돌아서는 요나가 숨을 내쉰다. 입가가 아주 조금 풀려 있다.
요나의 발이 우물 돌단에서 내려와 광장 바닥을 딛는다. 화면 가장자리에서 여러 사람의 발이 다가온다.
거친 얼굴의 군중이 사방에서 요나를 둘러싼다.
요나의 어깨 너머로 군중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요나 바로 앞 돌바닥에 거대한 맨발이 내려딛는다. 요나의 발이 반 걸음 물러나 있다.
담요 끝을 움켜쥔 요나의 손이 다시 떨린다. 손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거대한 사내가 요나 앞을 막아서며 손을 높이 치켜든다.

사내: 너, 지금 뭐라고 했나!

요나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얼굴 위로 내려오는 손의 그림자가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