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요나 1:12–17

이미 예비하신 물고기

폭풍 속 갑판, 모두의 시선을 받던 요나가 젖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빗물 고인 갑판 위로, 펼쳐진 요나의 손바닥에서 표시된 제비 돌이 굴러떨어진다.
한 장에 세 칸. 위 칸: 흔들리는 갑판에 선원들과 소년이 숨죽인 채 아래를 내려다본다. ①에 겹친 작은 칸: 요나가 말없이 자기 가슴에 손을 얹는다. 아래 큰 칸: 젖은 요나의 얼굴 클로즈업 — 눈을 감고 마음을 정하는 고요, 그의 머리가 칸 선을 넘어 위로 솟아 있다.
감았던 눈을 뜬 요나가 고개를 들어, 둘러선 선원들을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본다.
젖은 요나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눈을 내리깐 채, 떨림 없이 "나를 바다에 던지라"고 스스로 말한다.

요나: 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라 그리하면 바다가

요나: 너희를 위하여 잔잔하리라 너희가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이

요나: 나의 연고인 줄을 내가 아노라

선원들이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그 사이에 선 소년만 요나를 보고 있다.
견습 선원 소년이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소년: 안 돼요!

선장이 앞으로 뛰쳐나가려는 소년을 한 팔로 붙잡고, 선원들을 향해 외친다.

선장: 아니다, 육지로 돌린다! 모두 노를 잡아라!

비스듬히 기운 갑판 위로 선원들이 미끄러지며 노 자리로 달려간다.
여러 선원의 손이 노를 힘껏 움켜쥐고 젓는다. 손등에 물보라가 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흰 머리 선장이 긴 키 노를 온몸으로 붙잡고 버틴다. 빗물이 얼굴을 때린다.
노를 저을수록 파도는 더 높이 솟아오르고, 그 사이에 배가 아주 작게 보인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힘써 노를 저어 배를 육지에 돌리고자 하다가 바다가 그들을 향하여 점점 더 흉용하므로 능히 못한지라욘 1:13

파도에 맞은 노 하나가 한가운데서 부러져 나간다. 놓친 손이 허공을 쥔다.
흰 머리 선장이 물에 젖은 얼굴로 먹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본다.
선원들이 갑판에 무릎 꿇고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여호와께 부르짖는다.

선원들: 여호와여 구하고 구하오니 이 사람의 생명 까닭에

선원들: 우리를 멸망시키지 마옵소서 무죄한 피를

선원들: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무릎 꿇은 선원들 가운데서 흰 머리 선장이 갑판에 이마가 닿도록 엎드리며 기도를 맺는다.

선원들: 주 여호와께서는 주의 뜻대로 행하심이니이다

소년도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은다.

소년: 여호와여…

자기 하나님께 기도하는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요나. 그 눈이 흔들린다.
소년의 어깨 너머로, 젖은 채 떨고 있는 요나의 등이 보인다. 소년의 손에는 접힌 담요가 들려 있다.
소년이 낡은 담요를 요나의 어깨에 둘러 준다. 이번에는 요나의 눈을 보면서.

소년: …추울 거예요.

소년의 작은 손이 요나 어깨에 두른 담요 끝을 여며 준다.
요나가 처음으로 소년의 눈을 마주 보며 짧게 말한다.

요나: …고맙다.

빗물과 눈물에 젖은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는다.
담요를 두른 요나의 어깨 너머로, 선원들이 머뭇거리며 다가온다. 맨 앞의 흰 머리 선장이 고개를 숙인다.
여러 선원의 손이 담요를 두른 요나의 몸을 들어 올린다.
물속에서 올려다본 하늘. 요나가 바다로 떨어지고, 담요가 그 위로 크게 펄럭인다.
바람이 멎으며 붉은 사각 돛이 힘없이 늘어진다. 빗줄기도 끊겼다.
한순간에 잔잔해진 회청빛 바다.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붉은 돛이 축 늘어진 그 상선이 떠 있다.

요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매 바다의 뛰노는 것이 곧 그친지라욘 1:15

바다 쪽에서 본 뱃전. 선원들과 흰 머리 선장이 거울 같은 바다를 넋을 잃고 내려다본다.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크게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제물을 드리고 서원을 하였더라욘 1:16

잔잔해진 갑판에서 선원들이 여호와께 제물을 드리고 서원한다.
바람 한 점 없는 회청빛 하늘로 제물의 연기가 곧게 한 줄로 올라간다.
소년이 뱃전에 기대 서서 요나가 빠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뒷모습.

소년: 요나 아저씨의 하나님… 아저씨를 살려 주세요.

소년의 눈물 한 방울이 뱃전 아래 잔잔한 바다로 떨어진다.
물속, 청록에서 먹빛으로 짙어지는 깊이로 요나가 가라앉는다. 담요가 그 위로 펼쳐져 떠 있다.
물속, 가라앉던 요나의 손이 위로 뻗어 떠 있는 담요 자락을 붙잡는다.
물속에서 눈을 감은 요나의 얼굴. 입에서 공기 방울이 위로 올라간다.
깊은 물속, 감겼던 요나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눈동자가 아래 어둠을 향한다.
깊은 물속 어둠. 아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비늘 사이로 물고기의 커다란 눈 하나가 보인다. 위쪽에 가라앉는 요나가 아주 작다.

여호와께서 이미 큰 물고기를 예비하사 요나를 삼키게 하셨으므로 …욘 1:17